준비중입니다.

전시제목: 그늘진 온기에 빛을 피우다

전시형태: 갤러리수정 - 루시다갤러리 교류전

참여작가: 최영남, 홍보경, 하미옥

전시기간: 2023. 5. 26(금) – 2023. 6. 25(수)

오픈초대: 2023. 5. 26. 6시


관람시간: 10:00-19:00

전시장소: 갤러리수정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공원남로 28 수정아파트 4동 A408호)

전시문의: T. 051-464-6333 / www.gallerysujeo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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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전을 열며


부산항이 내려다보이고 길의 절반이상이 계단인 꼬불꼬불한 산복도로 중간쯤에 1969년에 지어진 수정아파트가 있다. 그리고 그 아파트 4동 A408 호에는 윤창수 사진가가 운영하는 갤러리수정이 있다. 작은 집의 고효율을 위해 화장실을 복도 공용구역에 만든 특이한 구조의 이 아파트는 상대적 빈곤의 격차를 느끼며 삶을 영위하는 원도심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항상 피난이야기 등 옛이야기로 끝을 낸다는 주민들과의 대화를 경청하며 윤창수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거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서 청춘을 녹였고 현재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진주에는 예전에 ‘배건네’ 라고 불리던 동네가 있었다. 배건네라는 말은 성(城)안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갈 수 있는 동네라는 뜻으로 시내를 중심에 두고 건너편 동네였던 망경동을 지칭한 이름이었다. 망경동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미로 같은 골목길이 있다. 길고 좁고 복잡했던 골목길은 경찰에 쫓기는 도둑이 이 골목길로 숨어든다면 절대로 잘을 수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복잡했었단다. 이 골목길을 통해 망경동은 이웃과 이웃이 연결되어 있다. 1980년 이후 급속히 팽창되어 하동 사천 완사에서 인구가 유입되었다. 학교와 공장이 생기고 많은 건물들이 지어졌다. ‘해운탕’도 망경동이 활황기 당시 지어진 목욕탕이다. 해운탕은 1982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을 해왔다. 한때는 보일러 용량초과로 손님을 다 받지 못할 만큼 떼돈은 벌었다는데, 해운탕은 두 번쯤 주인을 갈아치웠고 급기야는 신식 사우나에 자리를 양보하고 ‘때돈’의 역사를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건물은 지금은 목욕탕의 추억을 가진 문화공간이 되었다.

갤러리 수정과 루시다 갤러리는 공간의 성격에서 일치를 본다. 그것은 공간운영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갤러리 수정의 운영자는 그곳에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진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수정아파트>를, <주인공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시대정신이라는 거창한 말 대신 동네를 기록하고 동네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 동 시대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루시다 갤러리가 발표했던 <메모리_ 옥봉동망경동 아카이브>, <두 진주 이야기 1,2>, <망경북동> 도 그러한 맥락이라 하겠다.

이번 갤러리 수정-루시다 갤러리 교류전은 이러한 것들에 주목한다. 몇 번의 만남 끝에 서로의 관심사가 ‘장소성’ 에 있고 그 이야기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갤러리 수정과 루시다 갤러리는 이미 두 곳이 지키고 있는 장소 정체성으로 인해 이야기의 서두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획의 참여 작가들은 각각 간이역 동해선으로, 망경동이라는 장소 안에서 타자와 작가가 맺는 관계성으로 그 이야기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그늘진 온기에 빛을 피우다>


최영남 작가는 ‘닮다’를 통해 집의 외형에서 누군가의 인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그들이 함께하고 있는 주거지를 통해 주민들의 표정을 읽고자 하였다. 세월을 같이 덮고 살아온 오래된 마을을 외부의 시선으로 마주하면 마치 하나의 표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지점을 찾아 존중의 개별성을 이야기한다.  

‘토요일 미시’를 작업 한 홍보경 작가는 “직업이 있는 나에게 오후 2시는 그냥 평범한 오후지만 카메라를 드는 토요일 오후 2시는 잠재된 감각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망경동에서 일어났던 지난 시간들이 내게 다가온다.”며 그녀가 드러내고자 하는 내면의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오롯이 홍보경의 망경동인 것이다. 오브제 그 스스로는 의미가 없다는 롤랑바르트의 말을 강조하여 선택한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점은 사람이다. 사람의 온기(감정)가 더해질 때 오브제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미옥 작가의 ‘은신처’는 고양이와의 관계성을 통해 이야기하는 자아의 표출이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빈틈이 없다. 완벽한 대상에게 제 몸을 기대고 따뜻한 온기를 나눠 가지는 것뿐이었다." 며 작가는 그들에게 기대어 내재된 불안을 잠재웠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진주 망경동이란 특정한 공간을 통해 대상과의 관계성속에서 풀어내는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다. 온기가 가득했던 공간에 점점 밀려오는 서늘한 기운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 빛을 끄집어 당기고 있다. 식어가는 온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래본다. 


윤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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